쉼표
의 작가 윤태호는 캐릭터를 철저히 설계하기로 유명하다. 그렇게 설계해놓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해두면 캐릭터들이 알아서 뛰논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름난 작가들 중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캐릭터들이 뛰노는 걸 자신은 글로 따라갈 뿐이라고. 설계가 치밀하다 보니 그들의 작품에선 인물이 선명하다. 인물의 행동과 발언이 이해가 잘 되면서 충분히 개성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소설은 다른 매체와 달리 독자가 이야기를 자신의 내면에서 구성하면서 서사를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치밀한 인물 구성이 없다면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 혹은 상상의 여지가 줄어드니 좀 심심할 수도 있다. 은 그런 의미에서 ‘좀 심심한’ 소설이다. 유려한 표지에 반해서 구입한 이 소설은 표지만큼 유..
프로그램에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리는 회차를 보고 있을 때였다. 미술품을 감별할 때, 나는 당당히 색 타일을 엮은 것처럼 보이는 걸 진짜라고 생각했다. 나름 그림그리기가 취미라며 식별안이 있는 척 했다. 그리고 있는 척은 ‘척’으로 끝났다. 내가 선택한 것과 반대로 서예 붓으로 거칠게 그려놓은 듯한 그림이 실제 화가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을 뒤로 한 채, 역시 예술은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예술은 원래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비록 중세시대까지의 흐름이긴 했지만,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었을 때보다 수단이었을 때가 더 길었다. 고대 그리스시대엔 영웅들을 찬미하며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하기 위해, 기독교 중심의 중세시대에는 수도원을 홍보하고 교회의 뜻을..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모든 친구들이 읽기가 즐거워 졌으면 하는 국어 강사 멍지입니다! 아이들의 독서 습관, 이 땅의 학부모님들의 고질적인 걱정거리지요. 특히 최근 친구들은 '영상 세대'라고 할 만큼 영상물은 많이 보지만 글은 공부 말고는 읽지를 않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 걱정 때문에 초등 논술 수업을 보내는 등 방법을 강구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하지만 과제 때문에 책을 읽을지언정 자발적으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반동으로 나중에 책을 더 읽지 않게 되는 사례도 생기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될까요? 주변에 엄청 게으르고 무능력한 직장 상사 혹은 동료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솔직히 딱 떠오르는 분들 한 분 정돈 있지 않나요? 어쨋든 그 ..
"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 치킨인가 갈비인가 수원 왕 갈비 통닭" 마약검거팀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는데 돌연 맛집? 정신 나간 설정으로 시선을 확 끌더니 본편은 예고편보다 더했다. 혼자서 계속 큭큭큭거리며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어느덧 천만을 찍게 됐다. 시기를 잘 탔다, 신파가 없다, 등등 자고일어나니 천만? 같은 상황을 설명해 보고자 하는 말은 많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특별할 것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정석스러움'이 특별했기에 자고일어나니 천만이 된 것 아닐까. 웃음의 미학 웃음에도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약자를 못난 존재로 격하시키면서 흘리는 웃음은 모두를 불편하게 한다. 웃음을 만드는 존재만 즐거울 뿐이다. 자신의 권력을 확인받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신체를 괴롭..
자주 언급했겠지만,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쿠키다. 쿠키는 엄청난 수다쟁이다. 하루종일 따라다니면서 쫑알댄다. 졸릴 때도 냥, 심심할 때도 냥, 퇴근해서 오면 냐앙냐앙. 그런데 쿠키는 냥냥 거리는 것보다 더 많은 방식으로 수다를 떤다. 눈으로 몸으로 모든 걸 말한다. 배가 고프면 내 가슴을 지긋이 밟고 내려다 본다던지,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다리 사이를 쉴새없이 오가다가 결국 발라당 눕는다던지, 나른할 때 반쯤 감긴 눈으로 스르륵 나한테 기댄다던지. 난 매일 쿠키의 수다를 본다.물론 이것을 주변인들에게 말해놓으면 진성 고양이 변태 취급 당한다. "뉘에~뉘에~"는 일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이번에 '동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작가 이용한이다. ▲출처: 이용한 블로그, https://blog.naver.c..
종이캔버스에 수채화+수채색연필 친구들은 "귀여운 고양인데? 쿠키랑 안닮았지만."따위와 같은 말을 했다. 보이는 대로 그렸을 뿐인데.한 친구는 "그 고양이 이름은 임마캣이니? 귀엽다."라고 말해서 피식 웃어버렸다. 진 기분.
과거의 계몽주의자, 이광수 이광수는 계몽주의자였다. 지식인들은 많이 아는 만큼 앞장서서 조선이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수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그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광수는 친일파다. 한때 많은 조선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운동가였던 그는, 앞장서서 조선을 키우는 대신 앞장서서 일본을 추앙했다. 그의 변심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함정은 계몽주의에 있었다. 계몽주의는 엘리트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뛰어난 엘리트가 우매한 민중들을 깨우치게 한다는 사고방식은 절대 평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봉건제도를 혁파하고 남녀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모순된다. 그리고 그런 ‘고고한’ 사고관을 따라가기에 민중들은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