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

성덕의 덕질은 더쿠에게 큰 선물입니다-<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도르비 2018. 2. 10. 01:10

자주 언급했겠지만,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쿠키다. 쿠키는 엄청난 수다쟁이다. 하루종일 따라다니면서 쫑알댄다. 졸릴 때도 냥, 심심할 때도 냥, 퇴근해서 오면 냐앙냐앙. 그런데 쿠키는 냥냥 거리는 것보다 더 많은 방식으로 수다를 떤다. 눈으로 몸으로 모든 걸 말한다. 배가 고프면 내 가슴을 지긋이 밟고 내려다 본다던지,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다리 사이를 쉴새없이 오가다가 결국 발라당 눕는다던지, 나른할 때 반쯤 감긴 눈으로 스르륵 나한테 기댄다던지. 난 매일 쿠키의 수다를 본다.

물론 이것을 주변인들에게 말해놓으면 진성 고양이 변태 취급 당한다. "뉘에~뉘에~"는 일상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이번에 '동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작가 이용한이다. 


▲출처: 이용한 블로그, <고양이 발전소> https://blog.naver.com/binkond


  그의 사진에서 고양이들은 온 몸으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고양이들의 이야기들이 느껴졌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사는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있는 보따리다. 문학은 보통 그 보따리를 부는 방식이다. 시는 아릿한 감정을 풀어주고, 소설은 서사로 풀어준다. 그의 사진에서 보따리를 풀어내는 다른 방식을 알게 됐다. 

  쿠키의 몸의 언어를 내가 이해하듯이 이용한 작가도 마치 나와 비슷한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위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추운 겨울에 햇빛이 잘 고이는 장독대위에 하나씩 자리잡고 옹기가 모인 듯 '옹기종기' 말 그대로 몽글몽글하게 앉아있다. 치즈태비 고양이 한 마리도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서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늘에는 새가 지나가는지 두 고양이는 위 쪽을 응시하고 있고 두 고양이는 햇볕을 즐기는 듯 찹쌀떡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지긋이 앉아있다. 평화의 한 장면을 꼽자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나는 쿠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에만 그쳤지만 이용한은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받고 있다. 부럽다. 이것이 바로 성덕이다. 덕후로서 성공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덕질의 최종단계인 창작을 높은 퀄리티로 뽑아낸다는 점 때문이다. 그와 같은 고양이 성덕이 많이 있기에 행복하다! 

  다른 예쁜 고양이 사진도 인터넷에 많다. 하지만 유독 이용한의 사진을 좋아하고 결국 그의 책까지 사게 된 이유는 고양이 덕후가 됐을 때 알 수 있는 고양이의 매력을 잘 담아낸다는 점 때문이다. 보통은 고양이의 예쁨이 넘치는 사진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고양이를 키우면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예쁜 사진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양이 특유의 엉뚱하고 멍청한(?) 행동이 담긴 사진에 꽂힐 것이다.

 이것은 몇 달 전부터 터키시 앙고라 한 마리를 키우게 된 친구도 인정했다! 친구의 고양이는 굉장한 미묘지만 그렇기에 종종 보여주는 망충한 행동이 그렇게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나도 내 못생긴 고양이 쿠키를 늘 사랑하지만 사랑스러움으로 몸부림을 칠 때는 쿠키가 망충한 행동을 보여줄 때다. 전에는 변기 위로 점프했다가 내가 보자 슬그머니 내려오려고 했었다. 힘조절을 잘못했는지 스르륵하고 떨어지더니 엉덩방아를 쿵 찍었다. 더 웃긴 건 저도 머쓱했던지, 나를 스윽 올려다 보더니 유유히 걸어갔다. 마치 쑥쓰러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모습에 소리내서 웃고 말았다. 

▲한 때 꽤 유명했던 짤로, 커플을 갈라놓는 솔로 고양이. 이것도 이용한 작가의 작품이다.


샤이니 팬덤에서 유명해진 '대포 요정'이라는 존재들이 있다. 어마어마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공연하는 샤이니를 찍는데, 샤이니 멤버들을 정말 매력적으로 찍었다. 그녀들의 사진술이 뛰어난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덕후들 눈에만 보이는 그들의 매력은 같은 덕후가 아니고서는 잡아내기 힘들다. 이용한의 사진은 "나는! 고양이! 덕후야! 그것도! 매우!" 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는 바로 냥이의 '대포요정'이 아닐까?